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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익숙한 음악이 들렸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팝송은 안 틀어줬는데 말이다.

익숙한 멜로디에 익숙한 보이스, 듣는 동안 하던 것을 잊을 정도로 추억에 잠기게 했다.

이 음악을 처음들은 건 매우 오래전이다.

한 영화에 OST로 삽입되면서 인기를 얻어 

광고에도 많이 쓰였었고, 당시 예능에서 그 장면을 패러디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 이 출연한 

'쉬리'

나는 이 영화를 나이가 좀 들었을 때 봤다. 

개봉 당시에는 그땐 다른 곳에 관심이 많기도 했었고...

TV영화 채널에서도 많이 해줬었는데 쉽게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언젠가 영화를 끊기지 않고 다 보게 되었을 때 난 좀 놀랬다

당시 나는 할리우드영화의 그 화려함과 세련된 영상에 절여져 있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필름 종류나 촬영장비의 탓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영화가 영상퀄리티 쪽으로 약간은 촌스럽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쉬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내 생각을 잊어버리게 했다.

영화를 평론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시 나의 느낌이다.

지금 내가 쓰는 말로 구성이나 전개속도, 연출 이런 것이 내가 알던 한국영화와 다르기도 했고,

할리우드에서나 나올법한 액션 장르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진짜는 로맨스였던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 더욱 이 'Carol Kidd - When I dream'이 머리에 가슴에 남아있다.

아직 영화를 안 본 MZ친구들이 있을 수 있으니,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려드린다.

 

---------------------스포일러 주의--------------------------

 

 

 

 

 

 

 

내가 '쉬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은 바로 키스신이다.

한석규와 김윤진이 비 오는 날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열대어가 헤엄을 치고 있는 백화점 수조 앞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를 하는데,

'Carol Kidd - When I dream'이 완벽하게 장면을 포장해 주었다.

굉장히 로맨틱한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나는 장면인데 그곳에 수조가 나오고

로미오가 수조 너머의 줄리엣에게 첫눈에 반해 버리고 서로 눈을 마주치다 줄리엣이 시녀에게 끌려가는 장면,

물론 거기는 키스신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도 기가 막힌 음악이 나오는데

'Des'ree - Kissing you' 다.

'쉬리'의 그것보다는 더 deep 하다고 해야 할까?

난 '쉬리'의 장면 연출도 음악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의 영향을 받아 골랐다고 생각이 된다.

(영화의 큰 틀도 비슷한가?)

둘 다 매우 치사량 급 로맨틱장면이니 취하고 싶으면 챙겨보시라!

나도 추억에 그 장면 자체에 다시 취해보고 싶다.

 

영화에서 수족관, 어항, 물고기, 비가 많이 나오는데 이건 사실 영화전체로 보면 매우 큰 장치들이다.

이 큰 로맨스는, 분단의 현실, 이상향,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에 한석규가 이 노래를 들으며 회상을 하는데 이 영화의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이 된다.

마지막에 왜 이 음악이 나오는지 알게 된다면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이 큰 로맨스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사족

'쉬리'를 본 지 오래되어 기억이 좀 가물가물 한데. 기억에 의존해 글을 쓰려니 쉽지 않았다.

나이가 더 들어 이렇게 글을 써보니 처음 '쉬리'를 볼 때 보단 알게 된 게 많아졌고,

감독의 표현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 음악이 가지는 힘이 그때의 모든 것을 머릿속에 소환해 줄 만큼 엄청남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최근에 오래 진행한 라디오 DJ 분들이 하차를 많이 하셨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나 이유가 있겠지만

아쉬운 건 오래 진행한 라디오 DJ분들이 경험했던 과거 추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바뀐 DJ분들이나 다른 게스트분들이 출연해 채워 주겠지만

과거 추억이야기를 지나가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없다는 건 아쉬워지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는 것은 우리가 막을 수는 없으니

이 새벽에 이렇게라도 추억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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